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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출시한 쉐보레 '말리부 디젤'은 가솔린 모델로 발표될 현대차의 LF 소나타와 경쟁을 이룰 것으로 관찰돼 왔다. 그래서인지 한국GM은 말리부의 최상위 트림이라 할 수 있는 LTZ를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현대차 LF 소나타를 견제하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말리부 디젤이 대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코자 65 %의 초고장력 강판에 독일 오펠사가 제작한 배기량 2.0 리터의 유로 6 디젤 엔진, 기존의 Gen2 미션이 아닌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는 것으로 상품성을 강화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3천만 원 수준에 이를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2천만 원 중후반을 웃도는 가격을 내세워 현대 기아차가 틀어쥔 세단 시장에 정면 도전한다는 의미를 앞세우기도 했다. 대략 3~4천 대 가량의 주문으로 선전하는 중인 말리부 디젤을 찾았다.

■ 말리부 디젤로 간단히 달려 볼 시승 코스는?

시승 코스는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쉐보레 영업점에서 출발해 모란 고개를 넘어 탄천로를 달리다 동서울대학 앞 사거리서 회차해 돌아오는 7.5 Km 길이의 코스다.

시승에 임한 시각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고 지체 현상이 없는 수준의 원활한 통행량을 보였다. 구간 별로 제한 속도 시속 60~80 Km의 범주 내에서 급가속과 브레이크 없이 편안하게 주행하였으나, 신호 대기가 자주 걸리는 관계로 트립 컴퓨터상에 나타난 평균 속도는 시속 22.2 Km로 표시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달렸던 최고 속도로는 시속 75 Km 이내였다.

이 짧은 코스를 다니는 동안 말리부 디젤의 연비는 과연 얼마나 나왔을까?

■ 완만한 주행 통한 실 연비, 한 번 알아보니...

모란 고개 중턱에서 동서울대학교 앞 사거리에 이르는 중간 지점까지 확인한 연비는 리터 당 16.2 Km를 표시하고 있었다. 약 4 Km 정도 달린 거리였는데 오르막보다는 내리막과 커브가 많았던 구간이었기에 평소 알던 연비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로 나왔다.

동서울대학교 앞 사거리서 우회전을 하고 쉐보레 영업점으로 되돌아오는 구간은 차량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로 변인데다 완만한 오르막과 급격한 내리막, 다시 오르막 구간이 반복됐다. 해당 구간서는 평균 연비가 일부 하락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도착한 지점까지의 평균 연비도 리터 당 14.9 Km를 기록했다.

참고로 말리부 디젤의 복합 연비는 리터 당 13.3 Km(시내 주행 시 리터 당 11.9 Km, 고속도로 주행 시 리터 당 15.7 Km)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상적인 시내 주행 연비를 고려할 때 리터 당 3 Km 정도 더 나왔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경제 구간이라 할 수 있는 시속 80 Km 이내를 유지했던 상황이 거의 없었음을 고려하면 괜찮다 할 수 있는 수치다.

이때 시내를 주행했던 연비는 마치 고속도로 주행 시의 연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고속도로 주행에 나선다면 리터 당 10 Km 후반대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고속도로마저 주행해 봤다면 실 연비를 확인하기 조금 더 좋았겠지만 시간 내에 회차해야 했기에 이 짧은 구간을 도는 것으로 주행을 마무리했다.

■ 방응 처리 잘 된 디젤 엔진, 따로 놀지 않는 운전대

주행 중 말리부 디젤에서 만족할 수 있었던 부분을 짚는다면 크게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하나는 디젤 엔진으로서의 '정숙성'이다. 흔히들 디젤 엔진이 들어간 차량에 오르게 되면 정차 중 진동, 가속 시 소음을 유발하는 문제로 정숙성이 떨어진다고들 얘기하지만 말리부 디젤은 그렇지 않았다. 완전히 가솔린 수준 만큼은 아니나, 디젤 엔진이 들어간 것 치곤 방음 처리가 잘 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량 외부에서 들어도 갤갤거리는 소음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 적지 않은 양의 흡음재를 사용한 것인지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적었다. 오히려 고효율의 디젤 SUV로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QM3보다 정숙성이 좋았다고 하면 적절한 비교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스티리어링 휠의 쫀득한 '무게감'도 괜찮았다. 여성이 말리부 디젤의 스티리어링 휠을 돌리기엔 다소 무겁고 뻑뻑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압식 스티리어링 휠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다. 인피니티 Q50의 알칸타라와 유사한 재질로 처리돼, 글쓴이처럼 손에 땀이 자주 차는 운전자도 무난하게 제어할 수 있다.

직선 주로를 달리는 구간서 잠시 동안 스티리어링 휠에서 손을 떼 보니 직진성도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운행해 본 기아차 K3를 비롯해 일부 준중형 차종의 경우 스티리어링 휠이 따로 놀아서 약간씩 보타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는데, 말리부 디젤은 운전대 조향에 따른 스트레스가 덜했다.

■ 실 연비와 주행 질감은 인정, 실내 공간에선 아쉬울 수도

이렇게 해서 잠시 몰아본 말리부 디젤은 실 연비가 좋게 나온다는 점, 유럽을 지향한 주행 질감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었다.

사실 말리부 디젤에서 리터 당 13.3 Km의 복합 연비를 확보했다는 말에 속으론 '중형 디젤 세단치고는 수치가 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적어도 디젤을 연료로 하는 세단이라면 리터 당 10 Km 중반 이상은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말리부 디젤을 잠시 몰아본 후의 결과는 다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주행 서 리터 당 10 Km 중반을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어서다. 단순히 표기상 연비를 믿고 말리부 디젤을 주행했다면 다른 의미에서의 뻥 연비였다고 해야하는 것이 맞을 수 있겠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주행하느냐에 따라 개인 차는 있겠지만 말이다.

주행 질감도 괜찮았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 말하기는 어렵지만, 차체가 무거워 출발 시 굼뜨는 현상은 없었고 스티리어링 휠의 무게감도 적당히 묵직해서 안정적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었다. 스티리어링 휠을 일시적으로 놓았을 때의 직진성도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공간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현대차의 LF 소나타 만큼은 되어보이는데 막상 실내로 들어서면 생각보다는 약간 좁게 느껴진다. 뭐 온 가족이 이용할 세단으로선 부족한 것은 아니나, 경쟁 차종에 대비해 실내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하고 수납 공간을 넉넉히 두었다면 상품 가치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다.

그래도 말리부 디젤을 비슷한 가격으로 맞추기 위해 노력한 점은 GM이 우리 나라의 중형 세단 시장에 분명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차 발표회서 미국 내의 베스트셀링카인 임팔라의 출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세그먼트상 이제 갓 나온 알페온과 겹치는 문제가 있어서 가능성은 미지수에 가깝겠지만 적어도 말리부 디젤은 신경을 바짝쓰고 있는 게 보인다.

Posted by Jenne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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