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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2 아메리칸 스포츠 세단의 올바른 진화, 캐딜락 CTS

3세대 CTS가 국내에 들어왔다. 몸집을 살짝 키웠으면서도 무게는 오히려 더 가볍다. 라이벌보다 부족한 실내공간이 아쉽지만, CTS 사상 처음으로 쓰인 2.0L 터보 엔진은 힘과 효율 모두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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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처음 등장한 1세대 CTS는 대놓고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들을 겨냥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미국적인 껍데기에 유럽차의 주행성을 어설프게 흉내낸 티가 팍팍 났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2세대에서는 조금 나아졌지만 디자인 빼고 자기 색깔이 없는 후발주자의 한계는 여전했다.

그리고 지난해 뉴욕오토쇼를 통해 정식 데뷔한 3세대 CTS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예술과 기술의 하모니를 주장하는 캐딜락의 디자인 언어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지만 1세대의 등장 때에 비하면 그 충격은 덜하다. 시각적으로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조금 더 대중적인 양념을 가미했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개성파를 노리고 있지 않은 이상 현명한 선택이다. 덩치도 살짝 키웠다. 길이가 4,965mm로 120mm나 길어졌고 너비와 높이는 30mm와 5mm 줄었다. 휠베이스는 2,910mm로 2,880mm의 구형보다 30mm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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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은 강한 보닛 주름으로 중심을 잡고 그릴의 윤곽을 또렷이 하면서 크롬의 가로 바를 강조했다. 헤드램프는 밑동을 살짝 도려냈고 유행에 맞춰 LED 주간주행등을 세로로 길게 늘이며 캐딜락만의 얼굴을 만들었다. 같은 곳에서 손잡고 성형받은 것마냥 비슷한 디자인이 많은 현실에서 CTS 디자인은 개성이란 단어가 어울릴 만큼 존재감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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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 형태의 LED가 앞모습의 디자인 포인트라면 헤드램프를 스치면서 숄더 라인을 지나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역동적인 라인은 옆모습의 백미. 한 시대를 풍미했던 캐딜락 클래식 쿠페의 느낌이 묻어나 자연스레 향수를 자극한다. 도어 아래쪽의 캐릭터 라인도 이전보다 명확해졌다. 그러나 시승차의 17인치 휠의 디자인은 보디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옆에서 보니 늘어난 보디의 상당부분을 리어 오버행으로 흘려보냈다. 세로를 강조한 테일램프 역시 캐딜락답다. 트렁크 끝에 스포일러를 붙여 고속에서 보디를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다독이도록 했고 범퍼 아래 양쪽 깊숙이 테일파이프를 꽂아 넣었다.

기대 이상의 감성품질

구형에 비해 한 단계 높은 감성품질의 실내. 리얼카본과 알칸타라 그리고 고급 가죽으로 뒤덮었다

변화의 폭은 실내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듀얼 콕핏 스타일의 기본 틀은 유지했지만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하늘과 땅’ 차이다. ‘스스륵’ 밀려 올라오던 모니터를 송풍구 아래쪽으로 내려 품었고 그 아래에 오디오 볼륨과 공조기 스위치를 차례로 배열했다. 스위치를 감싸고 있는 작은 장식이 범퍼의 디자인을 닮았다.

모니터 양 옆으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과 자동주차 시스템 스위치가 있다. 햅틱 기술을 써 스위치에 손가락을 댈 때마다 약한 진동을 주는 것이 재미있다. 공조스위치 패널의 아랫부분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자동으로 입을 벌리며 숨겨진 공간을 내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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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와 올란도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볼 수 있는데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그 동작이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의 감성품질도 나무랄 데 없다. 카본과 알칸타라로 포인트를 주는 한편 눈으로 보이는 대부분을 가죽으로 씌웠다. 라이벌로 꼽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보다도 고급스러워 그동안 미국차에 가졌던 편견을 단번에 날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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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 따라 디자인을 달리한 풀 디지털 계기판. 왼쪽부터 성능, 밸런스, 단순 모드다

센터터널의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던 기어레버를 왼쪽으로 밀면서 오른쪽에 컵홀더를 마련한 점도 반가운 변화다. 레버 뒤에 있는 것보다 음료수를 집을 때 오른쪽 팔의 움직임이 한결 자연스러워졌을 뿐만 아니라 원터치로 살짝 건드리면 덮개가 스스로 움직이며 깔끔하게 제 역할을 한다.

스티어링 휠 너머의 계기판은 12.3인치 LCD 모니터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한글 폰트의 완성도가 부족하지만 취향에 따라 단순, 성능, 밸런스 등의 테마를 선택해 계기판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몇몇은 자동차가 점점 전자제품화되어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자동차와 IT 기술의 접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일부에 국한되긴 하지만 음성인식 기능도 쓸 만하다. 한국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인식률도 만족스럽다. 음성명령을 내릴 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할 때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말하는 경우의 인식률이 더 높았다. 조금 더 욕심내 내비게이션 조작까지 연동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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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할 게 많은 앞좌석에 비해 뒤쪽은 다소 실망스럽다. 감성품질은 여전히 좋고 착좌감도 만족스럽지만 ‘120mm나 늘인 차체로 얻은 혜택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급에 비해 공간이 넉넉지 않다. 무릎과 앞좌석 사이도 그렇거니와 머리 위의 공간도 불만이다. 네바퀴굴림 모델의 추진축을 고려한 설계 때문에 불쑥 솟은 센터터널도 눈에 거슬린다. 385L에서 388L로 조금 늘었지만 트렁크 역시 E클래스(540L)와 5시리즈(500L) 등 라이벌에 비하면 열세다.

다운사이징으로 얻은 매력

안정감을 주는 시트에 몸을 던지고 도어 패널의 작은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좌우 볼스터가 부풀어 오르며 야무지게 몸을 죈다. 이어서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 셀렉 스위치로 계기판의 테마를 ‘성능’으로 설정하니 스포츠카에 탄 기분이다. 알루미늄 페달도 경사를 이루며 깊숙이 박혔다. 그렇다. 이 차는 펑퍼짐한 하체에 한없이 여유로운 스티어링의 구닥다리 캐딜락이 아니다.

버튼을 눌러 깨운 엔진의 아이들링은 정숙하지만 가속 페달에 따라 스포티한 사운드를 낸다. 배기량을 줄이고 실린더 두 개를 날렸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엔진으로 들이치는 공기량에 따라 최상의 비율로 연료를 실린더에 직접 뿜는 직분사 시스템과 저회전부터 힘을 보태는 똑똑한 트윈 스크롤 터보를 붙여 파워를 양보하지 않은 채 연료소모량를 줄였으니 말이다. 직분사와 터보의 결합이 점점 더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메이커들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의 정석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캐딜락이 이를 CTS에 처음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트윈 스크롤 터보와 직분사를 결합해 최고출력 276마력을 낸다

최고출력 276마력, 최대토크 40.7kg·m를 내는 다운사이징 엔진의 파트너는 6단 자동변속기.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V6 모델에 8단 기어가 물리는 것을 생각하면 ‘6’이란 숫자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주행 중에 이러한 아쉬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변속레버 뒤의 ‘MODE’ 스위치를 눌러 주행감을 바꿀 수 있는데, 예의 ‘투어 모드’를 고르니 변속충격이 줄고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엔진과 스티어링 그리고 에어컨 등을 추스른다.

반면 ‘스포츠 모드’에선 직결감이 상당하다. 회전계 바늘을 한 박자 빨리 올려놓고 기어를 넣으며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급 코너를 맞아 제동(브렘보 시스템)과 동시에 다운 시프트를 시도하면 생각보다 강하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린다. 모두 스포티한 감성을 자극하는 세팅이다.

계기판의 레드존이 6,500rpm이지만 리미트는 7,000rpm에서 걸린다. 세단의 터보 엔진치곤 꽤 만족스런 회전이다. 2단으로 시속 100km를 살짝 넘어서고 최고속은 시속 220km를 조금 넘는다. 이때에도 엔진은 여력이 있다. 기어만 손보면 그 이상의 속도도 얼마든지 가능할 태세다.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나무랄 데 없어 팔뚝에 힘줄을 보이며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다. 스피커를 통해 반대 주파수를 내어 소음을 줄이는 보스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 덕분인지 이전보다 주행소음도 상당히 줄었다.

ZF에서 공급받은 전동식 스티어링 휠은 속도에 따라서 적당한 무게를 줄 뿐만 아니라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은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댐핑값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AWD 모델에만 달렸다) 없이도 훌륭한 동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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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의 다운사이징과 알루미늄&스틸 구조의 차체 경량화로 몸무게를 덜어낸 CTS의 움직임은 시종일관 경쾌했다. 복합연비도 10.0km/L로 2세대 3.0L(8.6km/L)보다 향상되었다. 실제 운행 중 고속도로에선 15km/L까지 오르고 시내 주행 때에는 8km/L 언저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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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CTS는 D와 E세그먼트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쳤던 전작과 달리 확실하게 프리미엄 E세그먼트로 체급을 올렸다. 덩치뿐만 아니라 감성품질과 달리기 성능도 이 체급의 독일 라이벌의 뒤를 쫓는 신세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때문에 불만을 토로할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 600만~800만원 정도 저렴한 값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넉넉지 않은 실내와 트렁크, 보급형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등이 시승 노트의 목록을 채운 얼마 되지 않은 단점들이었다.

박영문 차장(spyms@carlife.net)
사진
최진호(sajinboda@naver.com)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Posted by Jenne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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